- 유형
- PHIL의 목소리
무너지는 플랫폼 앞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고르는 일곱 가지 선택과, 계산하지 않고 고른 선택에도 붙어 있는 가격표. 나도 그 안에 있었고, 지금도 일부는 진행형이다.
플랫폼이 무너지고 손실이 눈앞에 드러나면,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음 행동을 고른다. 나는 그때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고르는지, 그리고 그 선택마다 어떤 가격이 붙어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.
먼저 고백부터 한다. 이 일곱 가지를 남의 이야기로 적지 않는다. 나도 다단계를 했고, 오리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. 이 중 몇 가지는 내가 실제로 했던 선택이고, 몇 가지는 지금도 마음 한쪽에서 끌리는 선택이다. 그래서 이 글은 훈계가 아니다. 같은 자리에 서 본 사람의 정리다.
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숫자
내가 지켜본 시세는 Polygon LGNS 약 0.1982, 아누비스 LGNS 약 0.0517이다. 1 DAI를 지지하겠다던 토큰이다.
- 아누비스 LGNS가 1 DAI로 돌아가려면 지금에서 약 19배가 올라야 한다.
- 0.5 DAI까지만 가도 약 10배다.
- Polygon LGNS도 1 DAI까지 약 5배가 필요하다.
- 최고가 시절과 비교하면 이미 98% 넘게 빠진 자리다.
가격이 낮다는 것만으로 사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. 하지만 지금까지 기록으로 따라온 것들 — 지켜지지 않은 1 DAI 약속, 이어진 추가 발행, 준비 자금의 다른 쓰임, 아누비스로의 이전 유도, Power 전환 — 을 함께 놓고 보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. 사기라고 단정하지 않았을 뿐, 냄새가 나도 너무 진동한다.
1부 — 사람들이 실제로 고르는 일곱 가지
판단을 붙이기 전에, 있는 그대로 적는다.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의 선택이고, 내 마음속을 지나간 선택이기도 하다.
- 정리한다. 손실을 인정하고,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, 수수료가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정리한다.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당분간 힘들겠지만,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매듭을 푼다.
- 정리하고 다른 곳에서 복구를 노린다. 1번처럼 지금이라도 빠져나오되, 그 돈으로 다른 플랫폼을 찾아 손실을 만회하려 한다.
- 넣지도 빼지도 않고 기다린다. 추가 투자는 하지 않는다. 혹시나 하는 기대로, 열정적인 사람들 덕에 플랫폼이 조금씩 살아나 1 DAI나 0.5 DAI 언저리라도 오면 그때 빠져나오려 한다.
- HELIX로 넘어가 지켜본다. 추가 투입은 하지 않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, HELIX로 넘어가는 문이 열리면 넘어가서 지켜보며 탈출 기회를 노린다.
- 믿고 HELIX에서 사업을 한다. 플랫폼이 살아야 내가 살고, 신규가 들어와야 플랫폼이 산다. 그 믿음으로 HELIX로 전환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.
-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더 넣는다. 4번과 같은 마음이지만,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추가 투자도 한다.
- 전부 건다. 플랫폼을 믿고, 코드를 믿고, 커뮤니티의 단합을 믿는다.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고 직급을 달성해 선점의 기회로 삼아 성공하려 한다.
1번에서 7번으로 갈수록, 손실을 끝내려던 마음이 기다림을 거쳐 추가 투자와 사업 참여로 바뀐다. 이 흐름이 내가 본 현실이다.
그런데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
내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면, 몇몇 사람을 빼고는 이 선택들 앞에서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. 각 선택이 나에게 얼마의 손실을 더 남기는지, 다른 사람에게 어떤 손실을 넘기는지까지 따지는 사람은 더 드물다. 다른 플랫폼으로 손실을 복구하겠다면서 더 큰 위험으로 뛰어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.
이것은 사람들을 낮춰 보는 말이 아니다.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 앞에 선 사람의 기본 반응이다.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의 시간과 돈과 자존심이 한꺼번에 손실이 된다. 그 두려움이 계산을 가로막는다. 똑똑한 사람도, 성공한 사람도, 금융을 잘 아는 사람도 자기 돈이 물리면 똑같다. 나도 그랬다.
그래서 이 글은 "계산을 못 하니 문제다"라고 말하지 않는다. 대신 이렇게 말한다. 계산하지 않고 고른 선택에도 가격표는 붙어 있다.
2부 — 일곱 개의 가격표
일곱 가지는 나란히 놓을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. 무게를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. 내 돈의 노출을 줄이는가, 늘리는가, 다른 사람의 돈까지 끌어들이는가.
1번 정리 — 가장 아프고, 가장 싸다
- 지금 매도해 회수하면 원래 넣은 돈의 작은 일부만 남는다. 그 숫자를 보는 것이 이 선택의 가장 큰 고통이다.
- 하지만 그 순간부터 손실은 더 커지지 않는다. 시간, 수수료, 다음 가격 하락, 다음 이전 공지에 다시 끌려다니는 비용이 모두 멈춘다.
- 회수한 돈이 작아도 그것은 살아 있는 돈이다. 생활비, 빚 정리, 가족의 숨통에 쓸 수 있다.
- 따져볼 것은 하나다. 지금 실제로 팔리는 양이 얼마인지, 한 번에 다 팔 수 없다면 나눠서라도 회수 가능한 것부터 회수하는 것이다.
가격표: 이미 난 손실을 확정하는 고통. 그 대신 다음 손실의 청구서가 끊긴다.
2번 다른 곳에서 복구 — 1번처럼 보이지만, 정반대다
- 출발은 1번과 같지만 도착은 다르다. 손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손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걸었다.
- 잃은 돈을 빨리 되찾으려는 사람은 높은 수익률을 찾는다.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곳은 대개 같은 구조다. 이름만 바뀐 같은 이야기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.
- 손실 직후의 사람은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. "손실 복구해 드립니다", "회수 대행", "보상 프로그램" 같은 2차 제안이 이때 몰려온다.
- 피해자 연구에서도 사기가 드러난 뒤 다른 유사 사기에 다시 참여한 사람이 상당수였다.
가격표: 남은 작은 돈마저 다시 걸게 된다. 그리고 다음 플랫폼에서 나를 따라온 사람의 돈까지 함께 걸린다.
3번 기다림 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, 걸어둔 것이다
- 추가로 넣지 않는다는 점에서 6번, 7번보다는 훨씬 낫다.
-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남은 돈 전부를 계속 그 구조에 걸어둔다는 뜻이다. 0.5 DAI는 지금에서 약 10배, 1 DAI는 약 19배다.
- 그 사이에도 추가 발행, 새 이전 조건, 새 수수료, 새 전환 비율이 나올 수 있다. 기다리는 동안 규칙은 내 편에서 바뀌지 않았다.
- 그리고 가격이 정말 오른다면, 같은 생각으로 기다리던 모든 사람이 같은 순간에 출구로 몰린다. 그 매도를 받아줄 매수자가 있는지가 진짜 질문이다.
가격표: 추가 비용은 없어 보이지만, 시간과 남은 돈 전부가 담보로 잡힌다. 기다리겠다면 적어도 "언제, 얼마면, 무엇이 보이면 판다"는 기준을 지금 정해 두어야 한다.
4번 HELIX로 넘어가 지켜보기 — 문이 바뀐 것이지 출구가 생긴 것이 아니다
- 선택지가 없다는 마음은 이해한다. 나도 그 문 앞에서 같은 생각을 했다.
- 하지만 넘어가는 순간 내 돈은 새로운 규칙 아래로 들어간다. 전환 비율, 잠금 기간, 출금 조건, 수수료를 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.
- Polygon에서 아누비스로 넘어올 때도 "넘어가면 살린다"는 이야기가 있었다. 그 결과가 지금의 숫자다.
- 넘어가기 전에 확인할 것: 넘어간 뒤 실제로 무엇을, 언제, 얼마나 매도해 회수할 수 있는가. 이 질문에 답이 없다면 그것은 출구가 아니라 다음 방이다.
가격표: 이름이 바뀐 같은 구조에 남은 돈을 다시 맡긴다. 빠져나갈 문은 다음 공지에 달려 있다.
5번 믿고 사업하기 — 여기서부터 내 돈을 넘어선다
- "플랫폼이 살아야 내가 산다, 신규가 들어와야 플랫폼이 산다." 이 문장 자체가 구조를 말해준다. 내가 살아나는 돈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돈에서 나온다는 뜻이다.
- 이때부터 내 손실을 줄이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넘기는 일이 된다. 그 사람은 대개 나를 믿는 가족, 친구, 지인이다.
- 플랫폼이 무너지면 나는 돈만 잃지 않는다. 관계를 잃고, 나를 믿었던 사람들의 원망을 떠안는다.
가격표: 내 손실의 일부를 신규 참여자에게 넘기는 구조. 무너지면 돈과 관계를 함께 잃는다.
6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더 넣기 — "무리하지 않는 선"은 대개 움직인다
- 지금 넣는 돈은 이미 잃은 돈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돈이다. 그 살아 있는 돈을 이미 무너진 구조로 옮기는 것이 매몰비용의 전형이다.
- 단가를 낮춘다는 계산은 잠긴 돈을 더 깊이 잠그는 계산이다. 평균 단가는 내려가도 출구의 너비는 그대로다.
- "이 정도는 괜찮다"는 선은 한 번 넘으면 다음에 또 넘게 된다. 나는 그 선이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많이 봤다.
가격표: 새 돈이 옛 손실에 묶인다. 손실의 크기가 다시 커지기 시작한다.
7번 전부 걸기 — 가장 희망적이고, 가장 비싸다
- 직급, 선점, 성공. 가장 밝은 단어들이 모인 선택이지만, 노출은 가장 크다. 내 돈, 추가로 넣는 돈, 내 시간, 그리고 내가 데려오는 사람들의 돈까지 모두 한 구조에 걸린다.
- 코드를 믿는다는 말은 코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지 않을 때 가장 쉽다. 커뮤니티의 단합은 운영 측이 침묵할 때 가장 크게 외쳐진다. 「희망을 파는 사람들」에서 쓴 바로 그 장면이다.
- 선점의 기회는 신규가 계속 들어온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한다. 그 전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숫자다.
가격표: 잃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곳에 건다. 그리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이 함께 낸다.
일곱 가지에 덧붙일 수 있는 선택들
현실에서는 일곱 가지 사이에 다른 길도 있다.
- 부분 회수. 한 번에 다 정리하기 어렵다면, 생활에 필요한 만큼, 빚을 정리할 만큼이라도 먼저 매도해 회수한다. 0과 100 사이에도 선택은 있다.
- 재투자 중단. 보상이 나오는 구조라면 다시 넣지 않고 받는 즉시 회수한다. 같은 자리에 머물러도 노출은 줄일 수 있다.
- 조건을 확인한 뒤의 전환. 넘어가야 한다면 전환 비율, 잠금, 출금 조건, 수수료를 글로 확인하고, 화면을 남기고, 넘어간 뒤의 출구부터 확인한다.
- 기록과 대화. 가족에게 말하고, 내가 끌어들인 사람에게 사실대로 말한다. 침묵은 부정을 유지시키고, 말하는 순간 다음 손실을 막는 사람이 늘어난다.
- 2차 피해 경계. 손실 복구, 회수 대행, 피해 보상, 법적 대응을 미끼로 먼저 돈이나 지갑 정보를 요구하는 접근은 별개의 위험이다. 손실 직후가 가장 위험한 때다.
세 묶음으로 보면 더 선명하다
- 노출을 줄이는 선택: 정리, 부분 회수, 재투자 중단.
- 위험을 유지하거나 조건만 바꾸는 선택: 추가 투입 없는 기다림, 조건을 확인한 전환.
- 노출을 키우는 선택: 추가 투자, 직급 추구, 신규 참여자 모집, 다른 플랫폼에서의 복구.
2번과 5번, 7번은 특별히 따로 표시해 둔다. 이 선택들은 내 손실을 넘어 다른 사람의 돈에 닿는다.
3부 — 계산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 하나
이 글의 숫자를 다 따라오지 못해도 괜찮다. 손실 앞에서 계산이 안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. 나도 그랬다. 필요한 것은 수학이 아니라 질문 하나다.
지금 이 선택이 내 손실의 고리를 끊는가, 더 길게 만드는가, 다른 사람에게까지 연결하는가?
"얼마까지 오를까?"는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. 이 질문은 지금 바로, 나 스스로 답할 수 있다.
손실을 인정한 뒤에도 선택은 남아 있다. 그러나 모든 선택이 회복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. 좋은 탈출 시기는 이미 지났을지 모른다. 하지만 더 잃지 않을 시기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.
나의 결론 — 노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
앞에서 일곱 가지를 나란히 놓았지만, 내 생각을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. 지금 이 구조에 남은 돈은 회복을 기다리는 돈이 아니라 위험에 걸려 있는 돈이다. 그래서 노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. 이유는 세 가지다.
- 약속을 지킬 장치가 이미 작동하지 않았다. 1 DAI 지지와 발행 규칙이 지켜졌다면 지금의 가격이 나올 수 없다. 한 번 무너진 약속이 다음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.
- 규칙을 정하는 쪽이 내 편이 아니다. 발행, 이전 조건, 전환 비율, 수수료가 모두 운영 쪽에서 정해졌고, 매번 기존 보유자에게 불리한 방향이었다.
- 오르더라도 출구가 좁다. 가격이 반등하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팔려 한다. 그 물량을 받아줄 매수자가 누구인지가 늘 빠져 있는 질문이다.
그래서 내가 보는 순서는 이렇다.
- 1번 정리에 부분 회수를 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. 가장 아프지만,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선택이다. 한 번에 다 정리하기 어렵다면 나눠서라도 회수 가능한 것부터 회수한다.
- 3번과 4번은 이해하지만, 규칙을 지켜야 한다. 기다리겠다면 "언제, 얼마면, 무엇이 보이면 판다"는 기준을 지금 정해 두고, 새 돈은 절대 넣지 않는다. 넘어가겠다면 전환 비율과 잠금, 출금 조건, 수수료를 글로 확인한 뒤에만 넘어간다.
- 2번, 5번, 7번은 선택지에서 지운다. 이 셋은 내 돈을 넘어 다른 사람의 돈에 닿는다. 내 손실을 줄이려고 다른 사람을 구조 안에 넣는 순간, 나는 피해자에서 다른 무엇이 되어 간다.
- 6번의 "무리하지 않는 선"은 거의 항상 뒤로 밀린다. 선을 믿지 말고, 새 돈은 넣지 않는다.
- 회수 대행, 손실 복구, 보상 프로그램을 미끼로 먼저 돈이나 지갑 정보를 요구하는 접근은 무조건 거절한다. 손실 직후가 가장 위험한 때다.
한 줄로 정리한다.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은 "얼마를 되찾을까"가 아니라 "여기서 손실을 멈추고, 아무도 더 끌어들이지 않는 것"이다. 내 조사와 판단은 참고일 뿐이고, 각자의 형편과 속도는 각자가 가장 잘 안다.
PHIL's Take
나는 이 글을 쓰면서 여러 번 멈췄다. 일곱 가지 중 어느 것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. 기다려 본 적도 있고, 문이 열리면 넘어가 보자고 생각한 적도 있고, 믿음으로 버텨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적도 있다.
그래서 안다. 이 선택들은 어리석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. 무서워서 한다. 인정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이 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.
그래도 하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. 내가 잃은 돈은 내 몫의 아픔이지만, 내가 데려온 사람의 돈은 그 사람의 인생이다. 내 손실을 줄이려고 다른 사람의 돈을 그 구조에 넣는 순간, 나는 피해자에서 다른 무엇이 되어 간다. 그 선만은 넘지 않았으면 한다.
나는 누구에게도 돈을 벌게 해주지 못한다. 다만 더 잃지 않도록, 지금 고르려는 선택에 붙은 가격표를 함께 읽어줄 수는 있다.
판단과 행동은 각자의 몫.
참고 자료
- 매몰비용 효과 — Arkes & Blumer, "The Psychology of Sunk Cost",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, 1985. https://doi.org/10.1016/0749-5978(85)90049-4
- 손실 회피 — Kahneman & Tversky, "Prospect Theory: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", Econometrica, 1979. https://doi.org/10.2307/1914185
- 인지부조화와 매몰비용 — Chung & Cheng, Psychology Research and Behavior Management, 2018. https://pmc.ncbi.nlm.nih.gov/articles/PMC5840294/